"팔뚝만 내밀고 술을 팔았다?" – 주막에 얽힌 흥미진진한 뒷이야기(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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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얼굴 없는 주점, '팔뚝집'의 애달픈 사연
옛날 주막 중에는 **'팔뚝집'**이라 불리는 곳이 있었습니다.
이름이 참 독특하죠? 이곳은 몰락한 양반가의 여인들이 생계를 위해 운영하던 주점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유교적 관습 때문에 모르는 남자들에게 얼굴을 보이기 부끄러웠던 그녀들은, 작은 문틈으로 술상이 든 쟁반을 든 '팔뚝'만 슥 내밀어 손님을 맞이했습니다.
배고픈 서민들의 배도 채워주고, 무너진 양반가의 생계도 이어갔던 애잔한 풍경입니다.
2. "10명이 모여야 출발!" – 호랑이로부터 지켜주는 주막
산속 깊은 고갯길에 위치한 주막은 '안전 가이드' 역할도 했습니다.
옛날엔 호랑이 같은 맹수의 습격(호환)이 잦았거든요. 혼자 길을 떠나려는 손님이 있으면 주모는 단호하게 막아섰습니다.
"사람이 10명은 모여야 고개를 넘을 수 있소!" 주막은 사람들이 충분히 모일 때까지 기다리는 집결지였고, 덕분에 사람들은 서로의 등불이 되어 험한 길을 무사히 건널 수 있었습니다.
3. 마지막 주모의 기록, '삼강주막'의 칼금 장부
지금도 경북 예천에 가면 삼강주막이라는 곳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곳의 마지막 주모였던 유옥련 할머니의 이야기는 감동적입니다. 글을 모르셨던 할머니는 부엌 벽면에 칼로 금을 그어 외상을 기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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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로줄 하나: 술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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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줄 하나: 술 한 주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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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로 덧긋기: 외상값 갚음
이 투박한 장부에는 가난한 나그네들과 보부상들을 믿어주었던 할머니의 따뜻한 신뢰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4. 정(情)이 곧 돈이었던 공간
돈이 없어도 정이 있으면 통했던 곳, 모르는 사람과 어깨를 맞대고 국밥 한 그릇에 시름을 잊던 곳.
주막은 우리 민족 특유의 '함께 나누는 문화'가 가장 잘 녹아있는 장소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