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편의점이자 에어비앤비, ‘주막’의 비밀: 돈 없어도 하룻밤 가능했을까?(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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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 서민들의 안식처였던 **'주막(酒幕)'**으로 떠나보려 합니다. 흔히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모가 "국밥 한 그릇 주쇼!" 하는 소리와 함께 술을 마시는 장면을 많이 보셨을 텐데요. 사실 주막은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따뜻한 시스템을 갖춘 곳이었습니다.
1. "잠자리는 공짜입니다" – 기발한 숙박 시스템
그 옛날,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나그네들에게 주막은 천국 같은 곳이었습니다. 왜냐고요? 바로 숙박비가 따로 없었기 때문입니다.
주막의 기본 원칙은 **'식후숙(食後宿)'**이었습니다. 저녁 식사와 다음 날 아침 식사비를 내면 잠자리는 무료로 제공되었죠. 돈이 정말 없어서 식사조차 힘든 이들은 주방 일을 돕거나 땔감을 해다 주며 하룻밤을 의탁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지금의 호텔처럼 개인실은 아니었습니다. 낯선 이들과 옹기종기 모여 앉아 멍석 위에서 잠을 청해야 했지만, 추운 밤 바람을 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었죠.
2. 조선판 SNS, 정보의 허브
주막은 단순히 먹고 자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전국 팔도를 누비는 보부상, 과거 시험을 보러 가는 선비, 소식을 전하는 포졸들이 모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정보 공유의 장'**이 되었습니다.
"어느 고을 사또가 새로 왔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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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쪽 장터는 요즘 굴비 값이 싸다더라."
"과거 시험 문제가 무엇이라더라."
이런 생생한 뉴스들이 주막의 술상 위에서 오갔습니다. 말 그대로 조선시대의 실시간 검색어 차트였던 셈이죠.
3. 멀리서도 보이는 주막의 시그니처
낯선 길을 걷던 나그네들은 어떻게 주막을 찾았을까요?
낮에는 술을 거르는 **'체'**를 장대에 걸어두거나 **'酒(술 주)'**자가 적린 깃발을 세워 알렸고, 밤에는 **주등(酒燈)**을 밝혀 지친 발걸음을 인도했습니다.
오늘날 화려한 네온사인만큼이나 반가운 불빛이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