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를 구원한 푸른 곰팡이: 페니실린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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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에 인류의 생명을 가장 많이 구한 발명품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바로 페니실린입니다.
흔히 알렉산더 플레밍이 우연히 발견한 것으로 알려진 페니실린은, 사실 수많은 우연과 노력, 그리고 시대적 배경이 얽혀있는 드라마틱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한 과학자의 업적으로만 볼 수 없는 페니실린의 흥미로운 뒷이야기들을 소개합니다.
1. "게으름뱅이" 플레밍의 우연한 발견
페니실린의 발견은 플레밍의 "꼼꼼하지 못한" 습관 덕분이라는 이야기가 유명합니다.
그는 여름휴가를 떠나면서 사용했던 배양 접시들을 깨끗하게 정리하지 않고 실험실에 그대로 두었습니다. 휴가를 마치고 돌아와보니, 한 배양 접시에 푸른 곰팡이가 피어 있었고, 놀랍게도 그 곰팡이 주변에만 포도상구균이 자라지 못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만약 그가 실험실을 완벽하게 정리했다면 페니실린의 발견은 더 늦어졌거나 다른 사람에 의해 이루어졌을지도 모릅니다.
2. 발견 후 10년간의 침묵기
플레밍은 페니실린의 항균 효과를 발견하고 1929년에 논문으로 발표했지만,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가장 큰 이유는 순수한 페니실린을 분리하고 안정화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또한, 플레밍은 페니실린이 체내에서 너무 빨리 분해되어 충분한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당시 의학계가 다른 질병에 더 집중하고 있었던 것도 페니실린 연구가 오랫동안 빛을 보지 못한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3. 제2차 세계대전이 '페니실린 시대'를 열다
페니실린의 진정한 가치는 1940년대에 들어서야 드러났습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하워드 플로리와 에른스트 체인 연구팀은 플레밍의 논문을 보고 페니실린 연구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하여 순수한 페니실린을 분리하는 데 성공했고, 임상 실험을 통해 페니실린이 세균 감염을 치료하는 데 엄청난 효과가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그러나 전시 상황의 영국은 페니실린을 대량 생산할 여력이 없었습니다. 결국 미국에 도움을 요청했고,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에 페니실린 대량 생산 기술이 빠르게 발전했습니다.
덕분에 제2차 세계대전 중 수많은 부상병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고, 페니실린은 인류를 구원하는 기적의 약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4. 썩은 멜론에서 찾은 '황금 곰팡이'
페니실린 대량 생산을 위해서는 기존 곰팡이보다 훨씬 많은 양을 만들어내는 강력한 균주가 필요했습니다.
미국 농무부 연구팀은 전국의 과일, 채소, 치즈 등을 뒤지며 '페니실린 헌트'를 진행했습니다.
그러던 중, 메리 헌트라는 연구 조교가 슈퍼마켓에서 발견한 썩은 멜론에서 강력한 페니실린 생산 능력을 가진 곰팡이(Penicillium chrysogenum)를 발견했습니다.
이 "황금 곰팡이"는 오늘날 생산되는 모든 페니실린의 조상이 되었습니다.
5. 세 명의 노벨상 수상자
페니실린 발견과 상용화의 공로를 인정받아 알렉산더 플레밍, 하워드 플로리, 에른스트 체인은 194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했습니다.
플레밍이 페니실린이라는 '씨앗'을 뿌렸다면, 플로리와 체인은 이를 '열매'로 만들어 인류에게 선물한 것입니다.
페니실린의 역사는 한 사람의 천재적인 발견이 아닌, 수많은 과학자의 끈질긴 연구와 시대적 필요가 만나 위대한 결과물을 만들어낸 대표적인 사례로 남아있습니다.
